미국·일본은 국민 70% 백신 확보
한국 14%뿐… 그것도 부실
탄저·페스트균 대비도 허술

천연두균은 호흡기를 통해 빠른 속도로 전파되며, 천연두에 걸려 출혈까지 생기면 100% 사망한다. 북한이나 테러 집단이 천연두 바이러스 10g만으로도 10일 이내 서울 인구 절반 이상을 감염시킬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핵보다 현실적으로 더 큰 위협이 천연두·탄저(炭疽) 같은 생물무기라는 것이다.

◆천연두 백신 확보 왜 중요한가

우리나라가 생물무기에 본격 대비를 시작한 것은 2001년 미국 9·11 테러 직후다. 생물무기는 탐지가 어렵고, 일단 살포되면 방어할 방법이 거의 없다. 유일한 대책이 백신을 비축해 접종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나라마다 백신 확보 경쟁이 치열하다.

미국·일본 등은 전국민의 70~100% 분량을 확보하고 있다. 우리는 현재 14% 정도(700만명분) 비축했으나 이 중 565만명분이 독성 검사에서 불합격하거나 유효기간이 지난 것으로 이번 식품의약품안전청 조사에서 밝혀졌다.

◆천연두 백신 관리 왜 엉망인가
천연두 백신은 2002년부터 국내 제약회사가 개발해 납품하고 있다.

문제는 천연두 백신을 완제품이 아니라 원료로 보관하고 있다는 점이다. 원료를 갖고 있다가 유사시에 12시간 안에 제품화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작년 감사원의 질병관리본부 감사에서 원료를 제품으로 만드는 데 최소 4일이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감사원은 제품으로 만들어 보관하고 안전성·유효성 등에 대해 국가 검정(檢定)을 받으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식약청이 올 7월부터 원료를 완제품으로 만들어 검사를 실시했으며 그 결과 안전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밝혀진 것이다.
또 다른 문제는 백신 원료의 유효기간이다. 우리가 비축한 원료들은 이미 유효기간(3년)이 지난 것이 대부분이다.

◆탄저·페스트 등 다른 생물 테러전 대비는
천연두균 외에 경계해야 할 것은 '공포의 백색 가루'라는 탄저균이다. 치사율이 95%에 달한다. 탄저균은 9·11 테러 직후 우편물을 통한 생물 테러에 이용돼 미국에서 5명이 사망했다.

우리나라도 치료제를 확보하고 탄저 백신 개발에 나서고 있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2013년이면 탄저 백신 생산과 비축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했다. 페스트 치료제도 국가 차원에서 보유하고 있지만 이미 유효기간이 지난 것이어서 생물 테러에 거의 무방비 상태에 놓여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천연두>
천연두 바이러스에 의해 일어나는 악성 전염병. 공기를 통해 전염되며 감염된 사람의 기침 등을 통해 확산된다.

고열·오한과 함께 피부 발진이 생기는 게 특징이다. 예방접종을 하지 않으면 사망률이 30%이고, 출혈을 동반한 천연두에 걸리면 100% 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