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보건기구(WHO)는 31일(현지시간) 치명적인 H5N1 조류독감 바이러스를 인간 등 포유류 사이에서 더 쉽게 전염될 수 있는 형태로 조작하는 방법을 여러 연구팀이 알아낸 데 깊은 우려를 나타냈다.

미국 국립보건원(National Institutes of Health)은 지난 20일 네덜란드 에라스무스 대학 의료센터와 위스콘신-매디슨 대학의 과학자들에게 H5N1 바이러스를 사람들 사이에 쉽게 전염될 수 있도록 변형해내는 방법에 관한 세부 내용을 공개하지 말 것을 요청했다.

또 미국 '생물안보를 위한 국가과학자문위원회(NSABB)'는 세계적인 과학저널 사이언스와 네이처에 조류독감 바이러스 변형 연구에 관한 논문을 일부 삭제 후 출간해달라고 요청했다.

논문 내용이 전부 공개될 경우 생물무기 제조에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이에 WHO는 강경한 논조의 성명을 통해 위험한 형태의 바이러스를 실험실에서 조작해내는 것은 충분한 검토 후에 이뤄져야 하며, 현재까지 이뤄진 연구 성과는 신뢰할만한 과학자들에게 공유돼 조류독감의 확산 방지에 도움이 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WHO는 성명에서 "H5N1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관한 몇몇 연구기관들의 연구 결과 인간들끼리의 전염이 용이한 형태로 바이러스를 변형시켜내, 잠재적 위험성과 연구 결과의 악용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WHO는 "새 지식을 얻기 위한 연구가 계속돼야 하는 것은 분명하지만, 이미 존재하는 것보다 더 위험한 형태의 바이러스를 생산해내는 연구가 위험하다는 것도 틀림없다"며 "따라서 그러한 연구는 공중보건상의 위험성과 이익을 모두 검토한 후에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WHO는 또 "부정적인 결과의 가능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필요한 보호조치가 마련돼야 한다는 것도 분명하다"며 "치명적인 H5N1 바이러스의 확산을 막을 방법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으려면 신뢰할만한 연구자들이 연구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과학자들은 H5N1 바이러스가 인체 감염이 용이한 형태로 변형을 일으켜 확산될 경우 수백만 명이 목숨을 잃을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조류독감에 사람이 감염되는 경우는 드물며 대부분의 인간 감염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감염된 가금류와 직접 접촉한 경우에 발생했다.

조류독감에 의한 사망자는 2003년부터 현재까지 336명이며, 인도네시아에서 피해가 가장 컸다.

조류독감에 감염되면 열과 기침, 목 통증, 폐렴, 호흡기 질환 등을 일으키며 치사율은 60%에 이른다.

중국은 가금류와 인간의 접촉이 빈번한 사육환경 때문에 조류독감 발병 가능성이 가장 높은 나라로 꼽힌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이날 광둥(廣東)성 선전(深천<土+川>)시에서 조류독감에 걸린 39세 남성이 사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