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4일은 세계 결핵의 날이었다. 질병관리본부는 연간 3만9,000명의 결핵 신환자가 발생하고, 2,300명 이상이 사망하고 있어 OECD 국가 중 결핵 발생률과 사망률이 최하위라고 밝혔다. 더불어 앞으로 모든 역량을 집중 투입하고 가능한 정책 수단을 총동원해 2020년까지 선진국 수준으로 결핵발생률을 낮추겠다고 했다.

정부는 작년 4월부터 결핵환자 강제입원을 시행하고 있다. 정부가 결핵 퇴치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는 분명한 증거다. 하지만 정부의 의지만으로는 결핵 퇴치를 달성하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우선 격리에 필요한 병상을 공공기관만으로 충족시킬 수 없다. 결핵을 진료하는 대부분의 의료진들도 민간병원 소속이다. 그렇기 때문에 결핵 퇴치를 위해서는 민간영역에서의 협조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이 협조가 원활하게 되지 않고 있다. 작년 4월 강제입원명령이 시행될 때 정부가 사전에 충분한 협의를 하지 않아 일선 병원은 큰 혼란을 겪었다.

결핵 환자를 진료하는 의사들은 행정적으로 어떻게 처리해야할지 몰라 당혹해 했고, 병원 측에서는 결핵환자에게 격리실을 다 주고 나면 다른 격리 질환 환자들은 어떻게 하느냐고 볼멘소리를 했다. 정부가 진료 현장의 의사들과 병원의 입장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아 생긴 일이었다.

지금은 일선 보건소의 협조가 원활하지 않아 문제다. 본지가 취재한 바에 따르면 ‘입원명령’을 요구하는 의사의 요청에 보건소가 ‘환자가 반대하면 현실적으로 강제하기 힘들다’고 하는 사례가 있었다.

결핵예방법에 따르면 환자가 입원명령을 따르지 않으면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그러나 일선 보건소에서는 법을 집행하기보다는 환자 개인 사정을 생각하는 온정적인 입장을 취한 것이다. 이 소식을 접한 질병관리본부는 뒤늦게 문제 해결에 나섰다.

이번 사태는 곱씹어 볼 부분이 많다. 우선 공중보건을 위해 존재하는 보건소가 결핵 정책의 중요성을 간과한 이유가 무엇인지 따져야한다.

지방자치제가 시행 후 일선 보건소들은 눈에 보이는 진료 서비스를 강화해왔다. 지역 주민과 정치인들의 요구 때문이다. 그에 비해 국가적인 보건사업의 중요성은 간과되고 있다.

이번 사건은 이런 보건소들의 변화와 떼어놓고 볼 수 없다. 결핵의 심각성과 격리의 필요성에 대해 널리 홍보가 되지 않은 것도 문제다. 더불어 입원명령으로 직장에서 불이익이 받지 않도록 하는 실질적인 대책도 부족하다.

환자들이 입원을 꺼리는 가장 기본적인 이유다.

정부가 의욕적으로 결핵 퇴치에 나선 것은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현장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해결하려는 노력이 더 필요하다.